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셨나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 편을 준비하던 어느 날, 김경인 시인의 <여름의 할일>이라는 시의 한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글과 사진으로 여름의 첫인상을 기록하고 수집하던 일을 멈추었어요.
'올 여름의 할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아니 아니, 지금 하던 일 말고. 왜 있잖아- 그늘을 읽는 일, 그걸 한번 해봐" 이런 속삭임으로 들렸다면 너무 억지스럽고 유치할까요. 하핫. 누군가의 그늘을 읽는다는 건 어떤 뜻일까. 그늘은 무엇일까. 그늘은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해졌어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그 아이는 어딘가 그늘이 있어'
'그는 언제나 형의 그늘에 묻혀 지냈다'
우리말에서 그늘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어두운 어감이 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늘 아래 고요히 머무는 존재들, 자의로든 타의로든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 기꺼이 그늘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 소리 없이 묵묵히 자신의 그늘을 내어주는 존재들은 .. 어딘가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
저는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습하고 끈적이는 날씨라면 질색을 하고 정신을 거의 절반쯤 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에요. 허허. 그래서일까. 올여름은 그늘을 찾아 나서고 싶다! 라며 작고 귀여운 의지를 다지게 되었어요. 물론 대단한 건 아니고요. :) 이를테면 매일 걷던 길의 방향을 조금 비틀어서 그늘진 골목을 들여다보거나, '그늘은 돌이 울기 좋은 곳'이라고 하니 숲의 바위 주변을 맴돌아 보거나, 또는 그늘져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주변 이야기들을 다가올 여름 편지에 담아보고 싶어요.
곡우(穀雨)부터 입하(立夏)까지 그늘을 찾아 나섰던 이야기, 앞으로 맞이할 여름의 소소한 그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그럼 오늘은 세 가지 소식을 전하며 편지를 마칠게요. 지난 곡우(穀雨) 편에 실렸던 취나물과 까치. 그리고 고요한 집의 소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