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오늘은 어쩌면 구구절절한 감사 인사로 편지를 시작해요. 지난 2월 4일 처음으로 입춘 소식을 전할 때, 눈을 질끈 감고 '발송하기' 버튼을 누르던 기억이 납니다. 노트북을 덮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사과 한 조각을 우물거리며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어요. 마감 직후 은근한 여유를 만끽하는 사치를 부린답시고, 부드러운 크림 수프로 빈속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호흡을 고르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상상이 닿지 않은 다양한 곳에서 진심 어린 마음과 격려를 보내주신 걸 확인하게 됐어요. 화이팅 대신 겨를을 전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 섬세하게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고 싶다는 소망, 일찍이 냉이를 주문해두셨다는 반가운 소식, 거주하는 지역은 달라도 자신이 속한 도시에서 계절을 발견하고 싶다는 다짐, 계절감 찾기 놀이라는 귀여운 발상. 이 밖에 전해주신 따듯한 모든 응원과 인사까지.
그 덕분에 잔잔하지만 벅찬 기분으로 다음 편지에 담을 이야기를 모으며 한 주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저 모니터 앞에 가만히 앉아 전해 받은 감사한 마음들, 모두 잊지 않을게요. 처음 글을 시작할 때 느꼈던 기분 좋은 긴장감을, 메시지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아이고.. 이런 마음이라니-'라며 짧게 감탄하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는 시절의 고요가 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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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찾아온 끝 겨울의 아찔한 추위, 혹시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셨나요? 저는 차마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지는 못하고 야속한 마음을 간신히 숨긴 채 바들바들 떨며 추운 계절을 지내고 있답니다. 허허.. 은근히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얇은 속 패딩을 껴입었는데도 목덜미와 손가락 마디가 시큰시큰 시리더라고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길을 걷는 요즘입니다.
'비 우' 그리고 '물 수'. 이 한자를 쓰는 우수(雨水)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이라고 해요.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표현 들어보셨나요? 이 무렵이면 얼음 밑을 흐르던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봄기운은 언 땅을 헤집고 나온다고 합니다. 따스해진 햇살을 받으며 남은 눈이 스르르 녹아 곳곳에 푸른 싹이 돋기도 하고요.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며 꽃샘추위가 반짝 찾아오기도 해요. 하지만 계절은 우수(雨水)를 지나면 이내 봄을 향해 치달아 갑니다.
이때 새싹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새싹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어요. 저는 날씨가 춥더라도 두터운 겉옷을 껴입으면 그만인걸. 그마저도 괴롭다며 얄팍한 인내심을 드러내 보이는데, 여리디여린 싹은 불평불만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명을 움트는 일에 몰두하는 건지. 가진 건 짤막하고 얇은 뿌리가 전부 아닌가, 간간이 내리는 눈과 비를 어떻게 견디는 걸까-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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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계절 재료를 소개하기 전에 영상 한 편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기억하실까요? 봄의 시작, 입춘(立春) 편에 실린 헤르만 헤세의 '새 탄생의 기적'이라는 시입니다. 번잡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숲으로 한 걸음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영상을 만들어 보았어요.
적막한 숲의 어딘가, 시린 겨울 땅에서 움트는 새싹을 상상할 수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자신의 생명력을 자유롭게 뻗어내고 마는 명랑한 은둔자를 상상할 수도, 있을까요.
2분 남짓한 짧은 영상을 먼저 감상하고 아래로 이동하시면 우수(雨水)라는 절기를 보다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이어폰을 꽂고 전체 화면으로 즐기시는 걸 추천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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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아서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 오늘 소개할 재료는 <봄동>입니다.
봄동은 겨울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예요. 일반 통통한 배추와 다르게 모양이 납작한 이유는 추운 날씨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을 꽉 채우지 못하고 잎이 옆으로 퍼진 거죠. 하지만 넙데데한 모양과는 다르게 '봄과 겨울'이라는 예쁜 의미를 지닌 봄동은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뛰어납니다. 혹한 겨울을 이겨낸 만큼, 잎과 줄기에는 풍부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어요. 시린 땅에 우직하게 뿌리를 내리고 노란 속살을 피워낸 모습은 고독하지만 명랑한 은둔자처럼 보입니다. 여느 배추처럼 옹골진 속을 채우는 대신 자신이 가진 생명력을 좌우로 넓게 뻗어낸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해요.
봄동의 노랗고 푸른 잎은 유명하니 오늘은 무명의 뿌리를 관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밑동을 칼로 썰면 빠른 손질이 가능하지만, 손으로 한 겹 한 겹 떼어내며 각기 다른 형태의 잎을 발견하는 경험도 즐거울 것 같아요. 의외로 단단한 잎이란 걸 손끝으로 알아차린다면, 새삼 겨울을 버틴 봄동이 강인한 존재라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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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채소요리는 <말았나 봄, 동>입니다.
가장 익숙한 봄동 요리는 무엇인가요? 아마 겉절이, 된장국, 전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단단한 잎의 아삭거리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감칠맛 나는 양념을 더해 무치거나, 구수하고 달콤한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된장을 더해 끓이는 편안한 음식들 말이에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아요..)
그래서 오늘은 봄동 고유의 달콤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준비해 보았어요. 간단한 된장 양념장만 곁들여도 충분한 봄동 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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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간단합니다.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를 사용하시면 좋아요.
《 재료 》
- 봄동 / 두부 / 냉장고 채소 (버섯 호박 홍고추)
- 양념장 (된장 매실액 참기름)
《 레시피 》
① 두부는 물기를 꼭 짠다. (자신이 먹는다면 면 보자기 대신 손으로 짜내도 괜찮아요)
② 채소는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만 다진다.
③ 다진 채소는 마른 팬에 오일 없이 볶는다.
④ 볶은 채소와 두부를 섞으면 속 재료 완성!
⑤ 끓는 물에 봄동을 넣고 약 8~10초 데친다. (살짝 숨이 죽을 정도로만 데쳐주었어요)
⑥ 데친 봄동은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뺀다.
⑦ 잎을 펼치고 속 재료 올려서 돌돌 말기!
⑧ 양념장은 작은 티스푼으로 '된장 1 : 매실액 2 : 참기름 1' (취향껏 가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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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친 봄동으로 귀여운 롤을 만드니 호박잎 같기도 하고 케일 같기도 합니다.
물론, 원하는 재료로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해요.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할 땐 두부 대신 밥을 넣어도 좋고요. 따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난다면 작은 냄비에 롤을 넣고 채수를 자작하게 부어서 쯔유나 국간장으로 간을 맞춰도 좋아요. (버섯, 파, 유부 등등 다양한 재료를 냄비에 함께 담아내면 푸짐하겠어요) 아니면 팬에 기름을 둘러 겉면을 바삭하게 구운 뒤 소스를 발라도 별미일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라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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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절기에 소개한 움직임이 상체 중심이었다면 오늘은 하체 중심의 요가를 소개합니다. 저는 15분짜리 상체 동작을 웬만큼 체득한 이후에 이번 동작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설픈 모양으로 겨우 30분을 완주했을 뿐인데.. 그날 집을 나서면서 '골반이 이토록 가벼울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리가 자유로운 기분이랄까요. 얼마나 운동량이 적었으면.. 싶다가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 보자'라고 다짐을 했을 거예요.
오늘 소개하는 요가 역시 무리하는 자세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스트레칭하듯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랍니다. 허리와 골반이 뻐근한 분들이라면, 이번 요가를 통해 작은 자유를 함께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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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는 평일 오후마다 커피를 제조하고 음료 내어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손님들이 주문하는 메뉴에 따라서 '아 지금 바깥 기온이 어느 정도구나-'라는 걸 대략 짐작할 수 있거든요. 그래봤자 1도, 2도 한 끗 차이지만 미세한 기온 차이에 따라 주문하는 메뉴가 확연히 달라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같은 겨울날이라도 평소보다 코끝이 찡한 날씨가 되면, 매일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드시던 분들도 자연스럽게 "뜨거운 카페라테, 레몬차 혹은 생강차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답니다. 날씨가 영하로 더 떨어지면 거리의 인적 자체가 드물어 한순간 고요해지고요. 나름 소소한 계절 탐지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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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계절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각자의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 순간이 있다면 나누어 주세요. 무명의 작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지난 입춘에서 오늘 절기로 넘어오는 약 보름 동안 발견한 풍경, 제철 식재료 또는 오늘 편지의 감상까지. 어떤 이야기든 환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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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계절 소식은 이만 줄일게요.
우수(雨水)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절기에 만나요!
해피 주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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