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요 며칠 날씨가 풀리는 듯하더니 오늘은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내리는 부슬비라 반가운 마음 반, 곧 다시 추워질 날씨를 생각하니 긴장되는 마음 반입니다.
음력 1월 15일.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에요. 올해의 첫 보름달이 뜬다고 합니다. 24절기에 포함되는 계절은 아니지만 번외 편으로나마 간단히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요. 바쁜 화요일을 보내시겠지만 해가 떨어질 즘, 잠시나마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시면 좋겠다.. 라는 순수한 마음을 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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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보름날 밤에는 둥근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거나 부럼을 깨문다고 해요. 오곡밥과 나물 반찬을 먹기도 하고요.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만사가 뜻대로 잘 이루어지라는 옛 풍속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런 풍속은 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얼핏 들어본 게 전부예요. 스스로 정월 대보름의 음력 날짜를 세어 보거나, 주체적으로 '아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니까 뭘 해야겠다, 이 음식도 챙겨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2월 14일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건 잊지 않고 초콜릿은 챙겨 먹어도 굳이 오곡밥을 사 먹은 기억은 없달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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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할머니께서 찰밥과 나물 반찬을 가져다주신 덕분에 음식으로나마 미리 대보름을 기억할 수 있었어요. 쫀쫀하고 찰기 가득한 밥과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나물 세 종류랍니다.
할머니의 수고를 기억하며 내일은 동네 시장을 둘러볼까 해요. 어떤 재료와 어떤 음식이 옛 어른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지 천천히 살펴보고 싶어서요. 만약 2월 15일 식사 시간 전에 이 편지를 읽고 계신다면, 오늘 한 끼는 정월 대보름 시절의 음식을 떠올리며 메뉴를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아래 음식 사진을 공유하며 편지를 마칠게요. 모두 해피 해피 대보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