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그해 아비뇽에서, 나는 친애하는 연출가 알랭 티마르의 어린 손자와 매미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매미가 운다고 했고,
그는 매미가 노래한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모국어의 관습 때문이다. 아이는 매미가 울다니, 하며 웃었고, 나는 우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거였다니, 하고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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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지오반니가 내게 외치고 간 말은 분명 삶을 끝까지 노래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명령을 계속 울라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면. 그제서야 나는 그 무거운 지속을 짊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꽁띠뉴에 continuer. 나는 사라지지만 당신들은 울음을 계속 우세요. 나와 당신들이 외면하지 않은 세계의 아픔에 대해.
목정원, 꽁띠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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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절의 고요입니다. 처서에 이르기 전 어느 뜨거운 가을 날이었어요. 뙤약볕을 걷던 중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어릴 때 기억나? 매미는 한 해 여름 동안만 짧고 굵게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 그래서일까, 시끄럽게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면 짜증 내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 누군가는 측은하게 여기곤 하더라.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적잖이 인간 중심적인 감정 같기도 해. 보통 매미는 땅속에서 5~7년을 산다고 하잖아. 어린 시절부터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 전 생애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거의 모든 삶을 땅굴에서 보내는 건데.. 깊은 땅속에서 그들이 어떤 일생을 보내는지, 우리는 전혀 모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걸.
나무를 붙든 채 목청껏 노래하는 매미를 애처롭고 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엷은 미소)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우리의 단순함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정작 매미들은 이렇게 수다 떠는 걸지도 몰라.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쁜 심정으로 말이야.
그래, 그들은 매미의 언어로 노래하는 게 아닐까. 우리의 상상으로는 미처 헤아릴 수 없는 찬란하고 환한 마음으로 말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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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충분한 삶을 살았니? 태양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뜨겁지. 소문만 무성하던 바깥세상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나는 정말 놀랐단다. 내가 속했던 깊은 땅의 세계와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서. 고요 없는 소란의 연속이라서.
저 - 기. 나무 아래 두 눈과 두 다리 달린 개체들이 우리를 짜증스럽게, 몇몇은 안쓰럽게 올려다보는구나. 귀엽고 예뻐, 그렇지? 맑잖아. 우리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그들은 알 수 없지. 귀가 달려도 들을 수 없는 건 우리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선 땅, 그래 맞아, 우리가 평생을 살다가 구멍을 뚫고 나온 그 땅 말이야. 그들은 자신의 발아래 어떤 세계가 존재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생물인걸.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땅으로 기어들어가지만 저들은 땅 위를 걷지. 오랜 세월을 걷지. 평생을. 호화스러운 문명을 세우고 땅 위에 남길 문화를 그리느라 깊은 땅 속은 들여다볼 여력이 없을 거야. 그래, 다만 시간이 부족했을 테지.
노래해. 우리는 노래하자. 까마득한 어둠과 음습한 정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나의 집, 우리의 땅을 위하여. 사방의 들끓는 적으로부터 굳건히 지켜준, 쉽게 바스러질 뻔한 나의 몸과 가느다란 다리를 품어준 우리의 안식처, 뿌리를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줄기와 잎을 뻗어 기꺼이 태양의 빛과 물을 흡수해 목마름을 달래준, 위대한 나무를 위하여.
노래해. 계속 노래하자. 때로는 적이자 동지였던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고마움을 큰 소리로 외쳐보자. 한때 우리를 키워낸 이 땅을,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흙 속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자.
이토록 찬란한 여름의 기쁨을 토해내자. 마음껏 울음을 쏟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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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즈음, 나는 친구와 파주의 출판 단지를 산책하고 있었다. 별안간 머리 주변에서 쨍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곳이 분명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바삐 움직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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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보인다! 뭔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내 머리를 감쌀 정도로 작은 나무. 그리고 생각보다 낮은 곳에서 나무를 붙잡고 쩌렁쩌렁 우는 매미들.
매번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만 매미소리를 들어보았기에, 이토록 낮은 높이에서 매미를 발견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의 손이 충분히 닿을 거리에서 고개를 위로 쳐들지 않고도 매미를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법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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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매미는 위아래 방향으로 오르락내리락 기어 다녔다. 날개 달린 커다란 바퀴벌레 같기도 했다. 이들도 하늘을 날던가? 잘 모르겠다. 나무의 굵은 줄기부터 양옆으로 뻗은 나뭇가지까지 큰 몸뚱이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녀석들. 그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나는 움츠러들었다.
매미가 갑자기 날아들까 두려워 먼발치에서 두 팔을 뻗어 사진을 찍었다. 순간 "있잖아, 오늘 길을 걷다 매미를 보면 나에게 알려줘"라고 당차게 말하던 나 자신이 우스워 친구를 바라보며 웃었다. 매미의 울음이 그쳤다. 반대편 나무에서 요란한 울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울음 데시벨이 점점 줄어들더니, 다시 내 앞에 있는 작은 나무의 매미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와아- 그들의 생태계에는 나름 규칙이 존재하는구나. 번갈아 울음을 쏟아내는구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주변의 땅도 살폈다. 카메라를 잔뜩 확대한 탓에 사진이 흐리다. 가을이 가까워서일까? 유난히 귀가 따가운 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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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노래하다 뿌리 근처에 몸을 누인
그래서 둥글고 하얀 잎으로 피어났을지 모를
지나간 여름 속의 매미를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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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處暑).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입니다. 이미 다음 절기가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꽤나 쌀쌀해진 마당에 처서를 되새기는 게 무슨 소용이겠냐만.. (머쓱한 웃음) 허허. 기억을 더듬어 2022년의 처서를 짧게 기록해 볼게요♡
올해는 8월 23일이 처서였으니.. 이 편지를 시작했을 8월 초 무렵엔 여전히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를 내뱉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처서가 지나고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을 거예요.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저녁 공기가 선선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밤 산책길에는 얇은 가디건을 걸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당장 어제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옷차림이었지요. 새벽이면 얇은 여름 이불을 목 끝까지 포옥 덮고 잠들었습니다.
처서의 '서(暑)'는 '더울 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가을이 도래했지만 여전히 더울 서라니. 그만큼 무더웠던가? 생각해 보면 매미를 발견할 당시 태양이 무척 따사롭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해는 뜨거웠지만 한여름의 태양과는 확연히 다르던 것을.. 혹시 느끼셨을까요? 땀을 유발하는 강렬한 햇빛이 아니라, 보송보송하게 피부를 덮는 산뜻한 가을볕처럼 느껴졌지요. "벌써 가을 태양인 거야?"라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납니다. 해가 저물어 산책로를 걸을 때면 잠시 마스크를 코밑으로 내려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기도 했어요.
흐으으으으으음. 시원하다-
더위가 점점 누그러지는 덕분인지 주위를 살필 여유도 생겼나 봐요. 종종 매미를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보기보단 듣는 편이었죠. 주로 도로변의 큰 나무에서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작은 나무는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마침내 매미를 발견하더라도 땅에 떨어져 이미 죽은 상태이거나, 그마저도 바스락거리는 껍질만 남아있을 뿐. 살아있는 매미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자연히 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
매미는 무엇을 노래할까? 온 여름을 상상했어요. 하지만 매미의 입장을 헤아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허허.. 저를 중심으로 펼친 상상을 떨쳐내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책의 문장처럼 정말로 슬픔을, 세계의 아픔을 노래하는 걸까? 아니면 서러움일까, 그래 그것도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의 관점으로 매미소리를 가늠해야 한다면 슬픔이기보단 기쁨이었으면. 찬미였으면 싶었어요. 유튜브에 매미의 일생을 검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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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우와..... 내가 뭘 본거지?
날개 없는 애벌레가 땅에서 구멍을 뚫고 나와 가까운 나무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요. 작지만 단단한 앞발이 있기에 제 속도로 천천히 나무를 타고 오릅니다. 그리고 안전한 나뭇가지를 골라 자리를 잡고 때를 기다려요. 허물을 벗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순식간에 등이 후두둑 터지면서 드디어, 익숙한 매미의 형체와 투명한 날개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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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이정란뻐꾹나리>, '매미의 한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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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허물을 벗은 매미는 젖은 몸이 마르고 짙은 회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립니다.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와 비슷한 색이 되는 거예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매미의 색으로요.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색깔을 바꾸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문어와 카멜레온이 그렇듯, 매미도 본능적으로 변할 뿐이겠지요?
···
매미도 다양한 종이 있어 울음소리도 각양각색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는 생소한 이야기라서.. 정말 흥미롭게 들었어요. 사실 이 경험을 여러분들과 꼭 공유하고 싶었답니다. 아래 영상을 주목해 주시겠어요?
'위옹 위옹 위옹 위오오오옹'
'찌르르르르르르 찌르르르르르르'
따라 읽기만 해도.. 벌써 짐작이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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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매미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종류별로 구분해서 듣고 난다면, 여러분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홍홍홍). 길을 걸을 때면 별안간 매미소리가 귀에 쏘옥 담기는 경험을 하면서, 짜증을 유발하던 여름은 아득히 잊은 채로. 매미를 종류별로 탐구할 수 있는 귀엽고 쏠쏠한 생태적 감각을 체득하시게 될 거예요.
(ง ᵕᴗᵕ)ว *⁀➷ ♥
'그래 맞아..! 정말 익숙한 소리야. 언젠가 길을 걸을 때 들었던 바로 그 매미 소리야!'
"오~ 이건 참매미 소리일까? 이건 말매미 소리 같은걸"
"참매미는 이른 아침부터 우렁차게 우는구나. 말매미는 커다랗고 잎이 무성한 나무를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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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울음소리는 수컷의 구애 활동이라고 합니다. 오직 수컷 매미만이 울 수 있다고 해요. 짝짓기를 위한 사랑의 노래인 것이지요. 암컷 매미는 수컷 매미의 소리를 듣고 퍼드득 날아가, 짝짓기를 나눈 뒤 나뭇가지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해요.
수컷 매미 역시 자연의 섭리를 따릅니다. 여름 내내 울음을 토하며 자신의 소명을 다한 그 역시, 이내 생을 마감하고 땅으로 떨어져요.
시간이 흘러 매미의 알이 부화해서 작은 애벌레가 태어나면 그들은 새나 곤충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곧장 땅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땅을 파고 나무뿌리 곁으로 기어들어가 작은 진흙 동굴을 만들어요. 거의 모든 생을 그곳에서 보내게 됩니다. 즉, 나무뿌리는 든든한 은신처이자, 수액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멋진 동료인 셈이지요.
자 여기까지. 매미의 한살이를 다룬 유튜브 영상의 내용이었습니다. 매미의 생애 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들의 속마음을 헤아려볼 용기가 생겼어요. 여전히 인간의 관점으로 상상한 판타지이지만.. 에잇! 아무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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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충분한 삶을 살았니? 태양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뜨겁지. 소문만 무성하던 바깥세상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나는 정말 놀랐단다.
노래해. 우리는 노래하자.
까마득한 어둠과 음습한 정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나의 집,
우리의 땅을 위하여.
사방의 들끓는 적으로부터 굳건히 지켜준
우리의 안식처,
뿌리를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줄기와 잎을 뻗어 기꺼이
목마름을 달래준,
위대한 나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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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해. 계속 노래하자.
때로는 적이자 동지였던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큰 소리로 외쳐보자.
한때 우리를 키워낸 고마운 이 땅을,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흙 속의 아름다움을
소리쳐 노래하자.
이토록 찬란한 여름의 기쁨을 토해내자.
마음껏 울음을 쏟아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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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땅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터벅터벅. 이어폰을 빼고 두 귀를 비운 채 길을 걷던 외로운 사람에 의하여. 그는 세상의 언어에 서툴러 길 잃은 자신의 언어를 입 밖으로 쏟아낸다. 고요히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희미한 형태로.
그는 어느 여름 날 커다란 나무 밑을 거닐다 우연히 울음소리를 듣는다. 화려한 노래를, 노랫말을, 언어를 듣는다. 땅을 찬미하는 매미의 언어를. 마침내 자신의 언어를 찾게 된 그는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본다.
인간과 땅의 연결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순식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언어를 잃은 채 지난한 여름을 통과해온 고독한 인간의 우연에 의하여.
만약 매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면 끝내 나는 두 발 밑의 땅을 바라보게 될까? 호기심을 갖게 될까? 그리고 깨닫게 될까? 우리는 여름 내내 땅을 찬미하는 매미의 언어를 듣는 것이라고. 우직한 나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매미의 외침을 듣는 것이라고. 자신을 빛으로 키운 태양을 위해 노래하는 매미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고 -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될까? 나의 두 다리 역시, 땅의 보살핌 속에서 위로 자라난 가느다란 뿌리일지도 모른다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땅과 나무와 거대한 자연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존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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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귤'을 소개합니다. 사실 이 계절의 재료는 아니지만, 초여름에 반짝 등장했던 하귤을 사진으로 갈무리해두었어요.
하귤. 어감이 참 예쁘지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하귤나무는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대량으로 농사짓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농약이나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상처가 많으며 모양이 제각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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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껍질을 벗기니 자몽처럼 하얀 속껍질이 등장합니다. 이 껍질은 꽤 질기고 쓴맛이 강해서 칼로 살살 벗겨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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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육을 감싸고 있는 얇은 껍질도 손질해 봅니다. 하귤 알맹이들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음료를 마실 때 탱글탱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알맹이가 톡톡 터지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성껏 분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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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알맹이를 맛보았어요. 개인적으로 새콤한 자몽을 좋아하는 편인데, 자몽 보다 쌉싸름한 맛이 강한 것 같아요. 하귤 특유의 새콤한 향이 코를 간질입니다. 시트러스 계열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상큼함보다는 슴슴한 청량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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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버전의 하귤청이 완성되었습니다. 머스코바도는 향이 강하고 짙은 색깔을 띠어서 테스트용으로 소량만 만들어보았어요. 맛본다는 핑계로 아마 제가 호잡호잡 타서 마시게 되겠죠..?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하귤청은 고요한 집의 방문객분들을 위해 준비해 두었답니다. 시원한 하귤소다를 내어드리고 싶어서요.
첫 손님은 무척 해맑은 어린이 친구들이었습니다. 얼음을 동동 띄운 하귤티를 대접할 수 있었어요. (탄산은 어른들 음료라는 말을 듣고 귀여워서 기절..) 어린이 손님들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이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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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입하 편지에서 전했던 김경인 시인의 「여름의 할 일」이라는 시를 기억하시나요?
'올 여름의 할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첫 번째 그늘의 주인공은 바로 매미였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들을 관찰하기 위해 조금 더 낮은 지대로 이동했어요. 이를테면, 둑길이나 좁은 골목길 같은 곳이었죠.
식물 탐구가 목적이었지만 새로운 친구들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식물 주변을 맴도는 작은 곤충, 벌레 그리고 날개 달린 생물체들이었어요. 수풀 주변은 마치 그들의 작은 왕국 같았지요. 그중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인 매미를 알고 싶었어요.
매미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겨울에 읽은 산문에서 '매미의 노래'를, 늦봄에 접한 시에서 '여름의 그늘'을, 그리고 한여름 친구와의 대화에서 '매미의 일생'을 한 땀 한 땀 길어 올려요. 그리고 처서가 지나도록 매미를 곁을 맴돌다가 드디어, 한 통의 가을 편지로 완성이 됩니다. 온 계절이 필요했을까요. 이토록 긴 여정이 될 줄이야.
판타지 가득한 오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날이 꽤 서늘해요. 차가운 공기에 몸이 놀라지 않도록 따듯하게 보살펴주세요. 늘 건강, 또 건강. 아시죠? 처서를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다음 절기에 만나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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